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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압구정(狎鷗亭)의 유래부동산정보 2020. 7. 29. 14:19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은, 강남구 압구정동 산 310 한강변에 압구정(狎鷗亭)이라는 정자가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원래 이곳 한강 기슭은 중종때 부터 젊고 재주있는 관리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하게 하던 집인 독서당을 두었던 곳으로 "동호(東湖)"라 하여 경치 좋기로 소문난 곳이었습니다. 현재 압구정과 옥수동을 잇는 "동호대교"의 명칭도 여기서 따왔죠.
압구정은 사람 이름이다?
이곳에 압구정이라는 정자를 세운 사람은 한명회인데, 그는 세조의 왕위찬탈을 도와 정난공신이 된 인물입니다. 그 이후로도 한명회는 네 번이나 공신의 지위에 올랐고 또 자기의 딸을 예종비와 성종비로 바치며 권력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인물로, 압구정은 바로 한명회의 호였습니다.
그는 중국 송나라의 승상 한충헌에 자신을 견주고 스스로 권력이나 부귀영화만을 탐내지 않았다는 평을 듣고 싶어 한강을 건너 경치가 좋은 이곳에 갈매기와 친하다는 뜻의 자신의 호와 같은 압구정이라는 정자를 지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선시대에는 관직에서 물러나면 낙향하는 것을 선비의 도리로 알고 그렇게 실천한 선비가 많았다고 합니다. 전국에 산재한 서원이나 정자는 그런 선비들이 낙향해 세운 것들이 대부분인데요, 문제는 너무 멀리 낙향해 버리면 권력과의 거리가 멀어진다는데 있었습니다. 낙향의 기준은 일단 무조건 한강을 건너야 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요, 한명회는 머리를 굴려, 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는 않으면서도 한강 건너인 입지를 고민한 끝에 자리잡은 곳이 바로 지금의 압구정동이었고 이 정자에서 낙향 코스프레를 했습니다.
이 정자에 명나라 사신이 오면 호화로운 잔치를 베풀어 접대하였고, 재물과 권세를 탐닉했던 한명회에게 전국 8도의 수령 방백들이 보내는 진상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압구정이라는 정자 이름과는 달리 갈매기가 이 부근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어떤 선비들은 친할 압자(狎字)를 누를 압(押)자로 바꾸어 압구정(押鷗亭)이라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그가 1등 공신이 될 때마다 성삼문, 박팽년, 남이 등 충의열사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고 삼족이 멸문당하는 참화를 입었다고 하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승승장구하던 한명회도 결국 영화 ‘관상’에서 김내경이 예언한 대로 죽은 뒤 무덤에서 시신이 꺼내어져 다시 목이 잘리는 부관참시의 형을 받았습니다. 연산군 10년에 연산군 생모인 폐비 윤(尹)씨의 사사(賜死) 주모자로 그러한 극형을 받게 되었는데요, 재산도 몰수되어 국고로 환수되었으니 압구정도 주인이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옛 압구정, 그래서 어디?
겸재가 이 그림을 그릴 때는 누가 주인이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정자만은 팔작집의 큰 규모로 언덕 위에 덩그렇게 지어져 있습니다. 그 아래로 층층이 이어진 강변 구릉 위로 기와집과 초가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기와집은 서울 대가집들의 별장일 가능성이 큽니다.
잠실 쪽에서 배를 타고 오면서 본 시각이기 때문에 압구정동 일대와 그 맞은편 기슭인 옥수동 금호동 일대가 한눈에 잡혀 있습니다. 바로 강 건너가 독서당이 있던 두무개(동호)이고, 그 뒤로 보이는 검은 산이 남산입니다. (정상에 큰 소나무가 서 있는 것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그 큰 소나무가 그렇게 서 있었다고 하네요.
압구정은 여러 손을 거쳐 조선 말기에는 철종의 부마인 금릉위(錦陵尉) 박영효(朴泳孝) 소유가 되었는데 박영효가 갑신정변의 주모자로 역적이 되자 몰수되어 정자는 파괴되고 터만 남았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이곳은 경기 광주군 언주면 압구정리라 했으나 1963년 1월1일에 서울시로 편입되어 압구정동이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대가 아파트 숲으로 뒤덮이고 말았고 옛 압구정 자리는 동호대교 옆 현대아파트 11동 뒤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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